블랙홀의 정체를 파헤치다 - 형성 원리부터 호킹 복사까지

블랙홀이 대체 뭔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블랙홀이라는 단어는 자주 들어요. 영화에도 나오고 뉴스에도 나오고. 근데 막상 누가 블랙홀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빛도 못 빠져나오는 거 아니냐는 말밖에 못 하겠더라고요. 40년 넘게 살면서 그 정도밖에 모른다는 게 좀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한번 찾아봤어요. 블랙홀이 어떻게 생기고 안에는 뭐가 있고 끝은 어떻게 되는 건지. 형성 원리부터 호킹 복사까지 순서대로 따라가봤는데, 생각보다 알 만했어요.


별이 죽으면서 생긴다

블랙홀은 대부분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면서 만들어져요. 별은 살아 있는 동안 내부에서 핵융합을 하거든요. 수소를 헬륨으로, 헬륨을 탄소로, 이런 식으로 점점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가면서 에너지를 내요. 이 에너지가 바깥으로 밀어내는 압력을 만들고, 그게 중력과 균형을 이루면서 별이 형태를 유지하는 거예요.

근데 연료가 다 떨어지면 이 균형이 깨져요. 안에서 밀어내는 힘이 사라지니까 중력만 남는 거예요. 별 전체가 중심을 향해 무너져 내려요. 이걸 중력 붕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결과가 갈려요. 별의 질량이 태양의 1.4배 이하면 백색왜성이 되고, 그보다 무거우면 중성자별이 돼요. 근데 태양 질량의 3배를 넘기면 중성자별로도 버틸 수가 없어요. 중성자끼리 밀어내는 힘마저 중력한테 지는 거예요. 그러면 더 이상 멈출 게 없어서 끝없이 쪼그라들고, 그 결과가 블랙홀이에요.

저는 블랙홀이 갑자기 우주에 뿅 하고 생기는 건 줄 알았어요. 별이 죽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라는 게 좀 의외였어요.

안에 뭐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블랙홀 구조를 찾아보니까 크게 세 가지가 나오더라고요. 중심에 있는 특이점,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 그리고 주변을 도는 강착 원반.

특이점은 블랙홀의 정중앙이에요. 모든 질량이 한 점으로 모여 있는 곳인데, 밀도가 무한대이고 부피는 0이래요. 솔직히 이건 머리로 이해가 안 돼요. 무한대라는 게 수학적으로는 가능한데 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거든요. 실제로 물리학자들도 이 부분은 현재 이론의 한계라고 보고 있대요.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의 경계예요. 이 선을 넘으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요. 이름이 좀 거창한데, 쉽게 말하면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에요. 블랙홀 사진에서 가운데 검은 부분이 이 사건의 지평선 안쪽이고, 주변에 밝게 빛나는 고리가 강착 원반이에요.

강착 원반은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도는 가스와 먼지 원반이에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에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면서 마찰열로 수백만 도까지 올라가거든요. 그래서 X선을 내뿜어요. 사실 블랙홀 자체는 안 보이는데, 이 강착 원반이 내는 빛 덕분에 블랙홀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거예요.

2019년에 진짜 찍혔다

블랙홀은 빛이 안 나오니까 당연히 사진을 못 찍는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2019년에 EHT라는 국제 프로젝트가 진짜로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했어요.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이라는 뜻인데, 전 세계 전파망원경을 연결해서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든 거예요.

처음 찍힌 건 M87이라는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이었어요.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고 태양 질량의 65억 배 정도 되는 거대한 블랙홀이에요. 사건의 지평선 크기가 400억km에 조금 못 미친다고 하더라고요. 2022년에는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 블랙홀도 촬영됐어요. 이건 태양 질량의 400만 배 정도예요.

사진이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사진과는 달라요. 전파 데이터를 모아서 이미지로 변환한 건데, 가운데 검은 그림자와 주변의 밝은 고리가 보이거든요. 검은 부분이 사건의 지평선이고 밝은 고리가 강착 원반에서 나온 빛이에요. 블랙홀 자체를 찍은 건 아니지만, 블랙홀이 거기 있다는 걸 영상으로 확인한 거예요.

빨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상식 범위 안이었어요. 근데 호킹 복사를 찾아보면서 좀 놀랐어요. 블랙홀이 뭔가를 내보낸다는 거거든요.

1974년에 스티븐 호킹이 발표한 이론인데, 원리가 이래요. 양자역학에서는 진공도 완전히 비어 있지 않아요. 아주 짧은 순간에 입자와 반입자가 쌍으로 생겼다가 바로 사라지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거든요. 이게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도 일어나는데, 문제는 생긴 입자 쌍 중 하나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바깥으로 탈출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예요.

바깥으로 나간 입자는 블랙홀이 뭔가를 방출한 것처럼 보여요.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 쪽은 음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블랙홀의 질량을 깎아먹어요. 결과적으로 블랙홀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거예요.

이걸 반복하면 블랙홀은 아주 천천히 증발해요. 다만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려요. 태양 질량 정도의 블랙홀이 완전히 증발하려면 우주 나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상 현재 존재하는 블랙홀은 증발보다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더 빠르니까 오히려 커지고 있는 셈이에요.

작은 블랙홀은 빨리 증발한다

호킹 복사에서 재밌는 부분이 하나 더 있었어요. 블랙홀이 작을수록 온도가 높고 증발이 빨라요. 태양 질량의 블랙홀은 온도가 100나노켈빈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건 우주 배경 복사 온도인 2.7켈빈보다 훨씬 낮아요. 그러니까 주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양이 내보내는 양보다 많아서 증발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 블랙홀이 아주 작아지면 얘기가 달라져요. 달 질량보다 가벼운 블랙홀은 호킹 복사가 우주 배경 복사보다 강해져서 실제로 증발이 시작돼요. 그리고 줄어들수록 더 빨라져요. 마지막에는 감마선 폭발 수준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사라진다고 해요. 사람 몸무게 정도의 블랙홀이 있다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태양의 200배 이상 밝기로 빛난다는 계산도 있어요.

영원할 것 같은 블랙홀한테도 끝이 있다는 게 좀 의외였어요.

아직 안 풀린 문제가 남아 있다

호킹 복사가 사실이라면 한 가지 문제가 생겨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질의 정보가 어떻게 되느냐는 거예요. 물리학에서는 정보가 완전히 사라지면 안 된다는 게 기본 원칙이거든요. 근데 블랙홀이 증발해서 없어지면 그 안에 있던 정보도 같이 사라지는 건지, 호킹 복사에 실려서 나오는 건지가 아직 결론이 안 났어요.

호킹 본인은 처음에 정보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가, 2005년에 자기 오류를 인정하고 정보가 빠져나올 수도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어요. 이 논쟁은 30년 가까이 이어졌고 아직도 완전히 정리가 안 됐어요.

결국 블랙홀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합친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대요. 지금은 이 두 이론이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블랙홀 내부 같은 극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거예요.

찾아보고 나서 달라진 것

블랙홀은 별이 죽으면서 태어나고,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면서 커지고, 아주 먼 미래에는 호킹 복사로 증발해서 사라져요. 탄생부터 소멸까지 흐름이 있는 거예요. 저는 그냥 빨아들이는 구멍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블랙홀한테도 일생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아직 안 풀린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도 오히려 괜찮더라고요. 다 알려진 거였으면 별로 재미없었을 것 같아요.

처음다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