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도 안 하고 사라진 별이 있다
블랙홀은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저는 그렇게 알고 있었어요. 거대한 별이 연료가 다 떨어지면 엄청난 폭발과 함께 무너져 내리고, 그 잔해가 블랙홀이 된다는 거죠. 근데 얼마 전에 대폭발 없이 블랙홀이 된 별이 관측됐다는 기사를 봤어요. 제목만 보고는 솔직히 낚시 아닌가 싶었어요. 폭발 없이 블랙홀이 된다는 게 상식적으로 안 맞잖아요. 근데 출처가 사이언스지 논문이더라고요. 그래서 좀 진지하게 파봤어요.
안드로메다에서 별 하나가 그냥 사라졌다
사건의 주인공은 M31-2014-DS1이라는 별이에요.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었고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어요. 태양 질량의 약 13배 되는 거대한 별이었는데, 원래 안드로메다에서도 손꼽히게 밝은 별이었대요. 컬럼비아대학교의 키샬레이 데라는 연구자 팀이 이 별을 추적했거든요.
2014년에 이 별의 적외선 밝기가 올라갔어요. 뭔가 변화가 시작된 거죠. 그런데 2016년쯤 되니까 밝기가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원래 밝기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갔고, 2022~2023년에 허블 망원경과 켁 천문대로 다시 확인해봤더니 가시광선으로는 아예 안 보였대요. 밝기가 원래의 1만분의 1 수준이에요.
은하에서 가장 밝았던 별 중 하나가 10년도 안 돼서 1만분의 1이 됐다는 거잖아요. 초신성 폭발이었으면 엄청나게 밝아졌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게 정상인데, 이 별은 밝은 폭발 없이 조용히 어두워지더니 그냥 없어진 거예요. 이건 좀 의외였어요.
충격파가 중력을 이기지 못한 경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원리를 찾아봤어요. 보통 무거운 별은 핵융합 연료가 바닥나면 중심부가 무너져요. 이때 중심부에서 엄청난 양의 중성미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충격파가 만들어지거든요. 이 충격파가 바깥층을 날려보내는 게 초신성 폭발이에요.
근데 충격파가 별의 바깥층을 밀어낼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은 경우가 있대요. 별 바깥에서 안쪽으로 떨어지는 물질의 중력이 너무 세서 충격파가 뚫고 나가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면 바깥층까지 전부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그대로 블랙홀이 돼요.
이걸 실패한 초신성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영어로 failed supernova. 직접 붕괴라는 표현도 쓰이고요. 이름이 직관적이에요. 폭발하려다 실패했다는 뜻이니까요. 충격파가 바깥층을 못 밀어내고 전부 안으로 빨려 들어간 거예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2009년에 NGC 6946이라는 은하에서 N6946-BH1이라는 별이 비슷한 경로를 밟았거든요. 태양 질량의 25배짜리 적색 초거성이었는데, 잠깐 태양의 100만 배 밝기까지 올라갔다가 그 뒤로 아예 사라져버렸어요. 허블로 봐도, 스피처 적외선 망원경으로 봐도 안 보였대요.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팀이 7년간 모니터링하다가 찾아낸 건데, 이 팀이 실패한 초신성 연구를 꾸준히 해온 곳이에요.
다만 이 별은 지구에서 22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어서 데이터가 좀 부족했어요. 실패한 초신성의 유력한 후보였지만 확정 짓기에는 애매했던 거예요. 저도 자료를 보면서 느꼈는데, 먼 은하에 있는 별 하나의 밝기 변화를 추적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거리가 멀면 데이터 해상도가 떨어지니까 해석의 여지가 넓어져요.
M31-2014-DS1은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으니까 그보다 훨씬 가깝고,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8년치 데이터가 쌓여 있었어요. 이전 사례보다 근거가 단단한 거예요. 그래서 연구팀이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하는 건데, 아래 반론을 보면 그렇게 단정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아요.
반론이 꽤 설득력 있다
다 정리된 얘기가 아니에요. 2026년 1월에 이스라엘 테크니온의 노암 소커라는 물리학자가 반론 논문을 냈거든요. 제목부터 도발적이에요. 실패한 초신성의 실패, 그러니까 그 시나리오 자체가 안 맞는다는 내용이에요.
핵심 논점은 이래요. 실패한 초신성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블랙홀이 형성된 뒤 떨어져 내리는 물질의 1% 미만만 블랙홀에 흡수되면서 동시에 제트가 10년 넘게 유지돼야 하는데, 이 조건이 너무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대요. 저는 물리학 전공이 아니라 이 계산을 직접 검증할 수는 없지만, 읽어보니까 논리 자체는 꽤 단단하더라고요.
대안으로는 쌍성계에서 두 별이 충돌하면서 먼지가 방출된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도 있어요. 2026년 초에 JWST와 찬드라 X선 천문대로 추가 관측한 결과, 중적외선에서는 희미한 빛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X선은 검출되지 않았대요. 블랙홀로 물질이 떨어지고 있으면 X선이 나와야 하거든요. 안 나왔다는 건, 블랙홀이 정말 형성됐는지 확정하기 이르다는 뜻이에요.
저는 반론이 나온다는 게 나쁜 게 아니라고 봐요. 한쪽 주장만 있으면 기사로는 자극적인데 실제로는 근거가 약한 경우가 많거든요. 양쪽이 논문으로 주고받고 있으니까 주제 자체는 진짜라는 뜻이에요.
사실이면 풀리는 문제가 있다
실패한 초신성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풀리는 문제가 하나 있어요. 천문학에서는 예전부터 관측되는 초신성 수가 이론상 있어야 할 수보다 적다는 게 알려져 있었거든요. 별이 태어나는 비율로 계산하면 초신성이 더 많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부족해요. 이걸 잃어버린 초신성 문제라고 불러요.
이론적으로는 무거운 별 중 10~30%가 폭발 없이 직접 블랙홀로 붕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어요. 이게 맞다면 우주에는 우리가 감지 못하는 블랙홀이 상당히 많다는 뜻이에요. 폭발이 없으니까 빛도 안 나오고, 감지 자체가 안 되는 거죠. 가장 극단적인 천체가 오히려 조용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건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는 건 밝은 것뿐이니까 당연한 얘기이기도 해요.
다른 증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M31-2014-DS1 말고 다른 방향에서도 비슷한 근거가 나오고 있어요. 2022년에 대마젤란 은하의 타란툴라 성운에서 VFTS243이라는 블랙홀 쌍성계가 발견됐거든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연구팀이 6년간 관측한 건데, 이 쌍성계의 공전 궤도가 거의 원에 가까웠대요. 만약 초신성 폭발이 있었다면 폭발 에너지로 궤도가 찌그러지거나 아예 쌍성계가 깨졌을 거거든요. 궤도가 깨끗하다는 건 폭발 없이 조용히 블랙홀이 됐다는 뜻으로 보는 거예요.
2024년에는 MIT와 칼텍 연구팀이 백조자리 V404라는 블랙홀 주변에서 세 번째 별을 발견했어요. 블랙홀과 가까운 별 하나, 그리고 멀리서 7만 년에 한 바퀴씩 도는 별 하나. 삼중성계 블랙홀이 처음 발견된 건데, 수만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직접 붕괴가 아니면 바깥 별이 남아 있을 수가 없었대요.
하나하나 따로 보면 각각 빈틈이 있어요. 근데 이렇게 여러 사례가 같은 결론을 가리키고 있으면, 전체적인 방향은 신뢰할 만하다고 저는 봐요.
조용한 죽음도 있다는 것
아직 확정은 아니에요. 반론도 있고 추가 관측이 더 필요한 상태예요. 다만 별이 반드시 폭발해야 블랙홀이 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건 꽤 확실해 보여요. 조용히 무너져서 블랙홀이 되는 경로가 있고, 그게 생각보다 드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저는 블랙홀 하면 무조건 거창한 폭발 이미지가 먼저였는데, 소리 없이 만들어지는 블랙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이번에 제일 남는 얘기예요. 앞으로 JWST 추가 관측 결과가 나오면 좀 더 명확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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