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별이 사라진 뒤에 궁금해진 것들
지난번에 초신성 폭발 없이 블랙홀이 된 별 얘기를 했었어요. M31-2014-DS1이라는 안드로메다 별이 폭발도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는 거, VFTS243 쌍성계 궤도가 너무 깨끗해서 폭발이 없었다는 증거라는 거, 반론도 있다는 거. 그때 쓰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한 가지가 궁금해졌어요. 도대체 어떤 별이 폭발에 실패하는 건지. 같은 무거운 별인데 왜 어떤 별은 초신성이 되고 어떤 별은 그냥 무너지는 건지. 그 기준이 뭔지 좀 더 파봤어요.
질량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저는 단순히 별이 무거우면 블랙홀, 가벼우면 중성자별이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같은 태양 질량 25배짜리 별이라도 어떤 건 초신성 폭발을 하고 어떤 건 실패해요. 질량이 같은데 결과가 다르다는 건 다른 변수가 있다는 뜻이잖아요.
찾아보니까 핵심 변수는 중심핵의 촘촘함이었어요. 물리학에서는 이걸 중심핵 밀집도라고 부르더라고요. 쉽게 말하면 별이 죽기 직전에 중심부가 얼마나 빽빽하게 뭉쳐 있느냐예요. 같은 질량이라도 중심핵이 촘촘한 별은 중력이 충격파를 이겨서 폭발에 실패하고, 중심핵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별은 충격파가 바깥층을 밀어내서 초신성 폭발에 성공해요.
오코너와 오트라는 연구자가 2011년에 발표한 시뮬레이션이 이 분야에서 많이 인용되는데, 중심핵 밀집도가 일정 수치를 넘으면 폭발 실패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결과예요. 별의 질량이 높아질수록 대체로 밀집도도 올라가지만, 일대일 대응은 아니에요. 별이 살아 있는 동안 질량을 얼마나 잃었는지, 중심핵에서 핵융합이 어떤 순서로 진행됐는지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결국 같은 무게의 별이라도 내부 구조가 다르면 운명이 갈린다는 거예요. 이건 좀 의외였어요.
폭발이 실패해도 신호는 남는다
지난 글에서 실패한 초신성은 빛이 안 나오니까 감지가 어렵다고 썼었는데,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었어요. 빛은 안 나와도 중성미자는 나와요.
중성미자는 별의 중심핵이 무너질 때 쏟아져 나오는 입자예요. 질량이 거의 없고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을 안 해서 별 내부를 그대로 통과해 빠져나와요. 보통 초신성에서도 중성미자가 나오는데, 실패한 초신성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온대요. 다만 패턴이 다르다고 해요. 일반 초신성에서는 중성미자가 수 초간 꾸준히 방출되는 반면, 실패한 초신성에서는 짧고 강한 폭발 뒤에 블랙홀이 형성되면서 갑자기 끊긴대요.
실제로 2025년에 일본의 슈퍼 카미오칸데 연구팀이 M31-2014-DS1에서 중성미자를 찾는 논문을 냈어요. 안드로메다는 250만 광년 떨어져 있어서 감지가 안 됐지만, 만약 우리 은하 안에서 실패한 초신성이 일어나면 중성미자로 잡을 수 있다는 거예요. 빛은 못 봐도 중성미자로는 알 수 있다는 뜻이에요.
저는 이걸 보면서 좀 생각이 달라졌어요. 실패한 초신성이 완전히 감지 불가능한 건 아닌 거예요. 방법이 있긴 한데, 아직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적이 없어서 못 잡은 거예요.
초대질량 블랙홀도 같은 원리인가
여기서 한 가지 더 궁금해진 게 있었어요.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태양의 수백만~수십억 배 되는 거대한 블랙홀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긴 건지.
결론부터 말하면 관련은 있는데 같은 건 아니에요. 항성질량 블랙홀의 실패한 초신성은 별 하나가 폭발 없이 무너지는 거잖아요. 초대질량 블랙홀의 직접 붕괴는 스케일이 달라요. 초기 우주에서 거대한 가스 구름이 별 단계를 거치지 않고 통째로 수축해서 바로 블랙홀이 됐다는 시나리오예요.
천문학에서는 이게 오래된 문제예요. 우주 나이가 얼마 안 됐을 때 이미 태양의 수십억 배짜리 블랙홀이 존재하거든요. 별이 태어나고 죽고 블랙홀이 되고 물질을 빨아먹으며 커지는 일반적인 과정으로는 시간이 모자라요. 그래서 처음부터 크게 태어난 거 아니냐는 가설이 있는 건데, 이게 직접 붕괴 블랙홀 가설이에요.
2025년 7월에는 JWST가 인피니티 갤럭시라고 불리는 은하에서 직접 붕괴 블랙홀 후보를 발견했다는 발표도 있었어요. 110억 광년 거리에서 두 은하가 정면충돌한 구조인데, 두 은하 중심이 아니라 그 사이 가스 구름 한가운데에서 블랙홀로 추정되는 천체가 포착됐어요. 별의 붕괴가 아니라 가스 자체가 수축해서 블랙홀이 됐을 가능성이 있대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직접 붕괴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첫 관측 사례 중 하나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어요.
폭발 없는 블랙홀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지난번에도 쓴 내용인데, 다시 보니까 의미가 좀 달라졌어요.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팀 추산으로 무거운 별의 10~30%가 폭발 없이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이번에 중심핵 밀집도 얘기를 보고 나니까 그 숫자가 좀 더 구체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별의 내부 구조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거니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블랙홀이 된 별이 꽤 있을 수 있는 거예요.
거기에 초기 우주에서 가스 구름이 통째로 블랙홀이 되는 경로까지 합치면, 폭발 없이 만들어진 블랙홀이 우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클 수 있어요.
지난번보다 한 발 더 간 것
지난 글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궁금했어요. 이번에는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가 좀 더 보이더라고요. 폭발 여부를 가르는 건 질량이 아니라 중심핵 구조이고, 빛은 없어도 중성미자로 잡을 수 있고, 별뿐 아니라 가스 구름도 직접 블랙홀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은하 안에서 실패한 초신성이 한 번만 일어나면 꽤 많은 게 한꺼번에 풀릴 것 같은데, 그건 아무도 타이밍을 못 고르는 문제니까요.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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