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광자고리는 실제로 존재할까, 아직 관측되지 않은 이유

이론에서는 있다고 하는데 아직 못 봤다

지난 글에서 포톤 스피어와 포톤 링의 차이를 정리했어요. 포톤 스피어는 빛이 블랙홀 주위를 도는 물리적 영역이고, 포톤 링은 그 영역을 지나온 빛이 만드는 이미지라는 거. 근데 쓰면서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었어요. 포톤 링이 아직 확정적으로 관측된 적이 없다는 거예요. 일반 상대성 이론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제대로 분리해서 본 적이 없어요. 왜 못 보는 건지 궁금해서 좀 더 파봤어요.


EHT가 본 건 뭉뚱그려진 빛이다

2019년에 EHT가 공개한 M87 블랙홀 이미지의 밝은 고리는 세 가지 빛이 섞인 거예요. 강착 원반에서 직접 나온 빛, 블랙홀 뒤를 지나면서 크게 휘어진 빛, 그리고 포톤 스피어 근처를 한 바퀴 이상 돌고 빠져나온 빛. 이 세 번째가 진짜 포톤 링이에요.

문제는 현재 EHT의 해상도로는 이 세 가지를 분리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전부 하나의 밝은 고리로 뭉쳐 보여요. 포톤 링이 전체 밝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30%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나머지 70~90%는 강착 원반의 직접 빛이에요. 10%짜리 신호를 90%짜리 배경에서 골라내야 하는데, 지금 장비로는 안 되는 거예요.

한번 검출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2022년에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의 에이버리 브로더릭 연구팀이 2017년 EHT 데이터에서 포톤 링을 분리했다는 논문을 냈어요. n=1 서브링, 그러니까 빛이 블랙홀을 반 바퀴 돌고 나온 성분을 검출했다는 거예요. 7일간의 관측 데이터에서 이 고리의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걸 확인했고, 이론 예측과 맞는다고 발표했어요.

근데 바로 반론이 나왔어요. 애리조나대학교의 사무엘 그랄라와 윌 록하트가 같은 해에 독립 분석 논문을 냈는데, 같은 데이터를 다르게 분석했더니 포톤 링의 증거가 안 나왔대요. 핵심 차이는 포톤 링의 밝기를 얼마나 허용하느냐였어요. 그랄라 팀은 포톤 링의 밝기에 상한선을 걸었는데, 그러니까 검출이 안 됐어요. 브로더릭 팀 분석에서는 포톤 링이 실제보다 밝게 잡힌 게 아니냐는 지적이에요.

그랄라 팀의 표현이 꽤 단호했어요. 브로더릭 팀의 결과를 포톤 링의 검출이 아니라 포톤 링이 없다는 추가 확인으로 본다고 했거든요. 같은 데이터를 놓고 한쪽은 검출, 다른 쪽은 비검출.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예요.

저는 이런 논쟁이 과학에서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데이터가 경계에 있으면 분석 방법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건 당연하거든요. 문제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지구 크기 망원경으로는 부족하다

EHT는 전 세계 전파망원경을 연결해서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든 거예요. 이게 현재 지상에서 만들 수 있는 최대 크기예요. 지구 지름이 약 12,700km니까, 망원경 사이의 최대 거리도 그 정도가 한계예요.

포톤 링의 서브링 구조를 보려면 이것보다 훨씬 긴 기선이 필요해요. 기선이라는 건 두 망원경 사이의 거리인데, 기선이 길수록 세밀한 구조를 볼 수 있거든요. 2020년에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마이클 존슨 연구팀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n=1 서브링을 보려면 저궤도 위성에 망원경을 올려야 하고, n=2를 보려면 달에 기지가 필요하고, n=3은 태양-지구 L2 라그랑주점에 관측소가 있어야 해요.

결국 지구라는 한계가 문제예요. 지구 크기 망원경은 블랙홀 그림자를 찍기에는 충분하지만, 그 안에 담긴 포톤 링의 세부 구조를 분리하기에는 부족한 거예요.

우주에 망원경을 보내는 계획이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BHEX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에요. Black Hole Explorer, 블랙홀 탐험가라는 뜻이에요. NASA의 소형 탐사 미션으로 제안된 건데, 3.4m 크기의 전파 망원경을 지구에서 약 2만~3만 km 떨어진 중궤도에 올리는 거예요.

이 우주 망원경이 지상의 EHT와 동시에 관측하면 기선이 지구 크기를 훨씬 넘어서거든요. 현재 EHT의 분해능이 약 20마이크로초각인데, BHEX가 합류하면 6마이크로초각 이하로 내려간대요. 이 정도면 M87과 궁수자리 A* 블랙홀의 n=1 서브링을 분리해서 볼 수 있어요.

2025년에 NASA의 소형 탐사 미션 공모에 제안서를 냈고, 선정되면 2031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안테나 기술은 현재 TRL5 수준이고 2026년까지 TRL6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래요. TRL은 기술 성숙도를 나타내는 척도인데, 6이면 관련 환경에서 시연까지 마친 수준이에요.

포톤 링을 보면 뭘 알 수 있나

포톤 링이 중요한 이유는 이전 글에서도 썼는데, 다시 정리하면 이래요. 강착 원반의 빛은 가스 상태에 따라 달라져요. 매번 다르게 보일 수 있어요. 실제로 EHT가 2017년, 2018년, 2021년에 찍은 M87 블랙홀 이미지를 비교하면 밝은 부분의 위치와 자기장 방향이 계속 바뀌어요.

반면 포톤 링의 크기와 모양은 블랙홀의 질량과 자전에 의해서만 결정돼요. 주변 환경이 어떻든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포톤 링을 정밀하게 측정하면 블랙홀의 질량과 자전 속도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일반 상대성 이론의 예측과 맞는지 검증할 수 있어요. 포톤 링이 이론 예측과 다르게 나오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고요.

밴더빌트대학교의 알렉스 루프사스카는 포톤 링이 검출되면 올해의 물리학 성과가 아니라 몇 년간의 성과가 될 거라고 말했는데, 저도 그게 과장은 아니라고 봐요. 블랙홀의 시공간 구조를 직접 측정하는 거니까요.

못 보는 건 없어서가 아니다

포톤 링이 아직 관측되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예요. 전체 밝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30%로 작고, 강착 원반의 빛과 뒤섞여 있고, 서브링 구조를 분리하려면 지구 크기를 넘는 기선이 필요한데 그런 장비가 아직 없어요.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일반 상대성 이론이 맞다면 포톤 링은 반드시 있어야 해요. GRMHD라고 하는 일반상대론적 자기유체역학 시뮬레이션에서도 n=3 서브링까지 재현이 돼요. 이론적으로는 확실한 거예요. 다만 그걸 실제로 관측하는 기술이 아직 따라가지 못한 거예요.

BHEX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빠르면 2030년대 초에 답이 나올 수 있어요. 블랙홀 시리즈를 여러 편 쓰면서 느끼는 건데, 블랙홀 연구는 이론이 먼저 가고 관측이 뒤따르는 구조예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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