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중심의 특이점은 진짜 존재하는 걸까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라는 게 말이 되나

지난 글에서 블랙홀 특이점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를 다뤘어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얘기요. 그때 특이점은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인 점이라고 썼는데, 쓰면서도 좀 찝찝했어요. 부피가 0인데 질량은 있다는 게 솔직히 상식적으로 안 맞잖아요. 무한대라는 건 수학에서는 써도 물리에서는 보통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특이점이 진짜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이론의 한계를 보여주는 건지 좀 더 찾아봤어요.


일반 상대성 이론은 특이점이 반드시 생긴다고 한다

일단 일반 상대성 이론 안에서는 특이점이 피할 수 없는 결과예요. 1965년에 로저 펜로즈가 이걸 수학적으로 증명했어요. 중력 붕괴가 충분히 진행되면 특이점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정리. 이 업적으로 202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펜로즈의 증명이 말하는 건 이거예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따르는 한, 블랙홀 내부에서 물질이 한없이 수축하는 걸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거예요. 중성자별까지는 중성자끼리 밀어내는 힘으로 버텨요. 근데 그것마저 이기는 중력이 가해지면 더 이상 버틸 수단이 없어요. 물질은 한 점으로 수렴하고, 밀도는 무한대가 돼요.

그러니까 일반 상대성 이론이 맞다면 특이점은 반드시 존재해요. 문제는 그게 정말 맞느냐는 거예요.

무한대가 나오면 보통 이론이 틀린 거다

물리학에서 무한대가 등장하면 대부분 이론이 그 영역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위키백과 블랙홀 항목에서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특이점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요.

비슷한 사례가 전에도 있었어요. 고전 전자기학에서 전자의 자기 에너지를 계산하면 무한대가 나왔거든요. 이건 고전 이론의 한계였고, 양자전기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서 해결됐어요. 블랙홀 특이점도 같은 패턴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일반 상대성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영역이고, 양자역학을 결합한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는 거죠.

양자중력 이론이라고 하는데, 아직 완성된 게 없어요.

양자중력 후보들은 특이점이 없다고 한다

양자중력 이론의 후보 중 가장 많이 연구된 게 루프 양자중력이에요. 완성된 이론은 아닌데, 블랙홀 특이점에 대해서 꽤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 있어요.

루프 양자중력에서는 시공간이 연속적이지 않아요. 아주 작은 최소 단위가 있다고 봐요. 플랑크 길이라고 하는데, 약 10의 -35승 미터. 상상이 안 되는 작은 크기예요. 이 최소 단위 때문에 물질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게 불가능해져요. 무한히 작아질 수 없으니까요.

2020년에 요크대학교 연구팀이 루프 양자중력을 적용해서 슈바르츠실트 블랙홀 내부를 계산했는데, 특이점 대신 반발력이 나타나서 물질이 다시 튕겨나간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양자 바운스라고 부르더라고요. 물질이 극도로 압축되면 양자 효과로 인한 반발력이 생겨서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다시 팽창한다는 거예요.

2025년에는 중국과학원 연구팀이 이 양자 바운스 모형을 더 발전시켜서, 블랙홀 내부에서 바운스가 일어난 뒤 화이트홀로 전환될 수 있다는 논문도 냈어요. 블랙홀이 빨아들인 물질이 특이점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양자 바운스를 거쳐서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예요.

저는 이 부분이 좀 의외였어요. 특이점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는 예상했는데, 그 자리에 바운스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생각 못 했거든요.

특이점이 밖에 드러날 수 있다는 문제

특이점 얘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우주 검열 가설이에요. 1969년에 펜로즈가 제안한 건데, 핵심은 간단해요. 특이점은 반드시 사건의 지평선 안에 숨겨져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바깥에 노출된 특이점, 그러니까 벌거벗은 특이점은 존재하면 안 된다는 가설이에요.

왜 안 되냐면, 특이점이 바깥에 노출되면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물리학으로 예측할 수가 없거든요. 인과관계가 깨지는 거예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지점이 우주에 있다는 건 물리학의 기본 전제가 무너지는 것과 같아요.

이 가설은 아직 증명도 반증도 안 됐어요. 다만 최근 이론 연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는 특정 조건에서 벌거벗은 특이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어요. 연구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문제예요.

회전하면 특이점 모양도 달라진다

지난 글에서 회전하는 블랙홀의 특이점은 점이 아니라 고리 모양이라고 잠깐 썼었는데, 이번에 좀 더 들여다봤어요. 회전하지 않는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의 특이점은 하나의 점이에요. 근데 회전하는 커 블랙홀은 특이점이 고리 형태가 돼요. 회전축을 중심으로 도넛처럼 생긴 고리인데, 부피는 0이에요.

커 블랙홀에서는 사건의 지평선이 두 개 생기거든요. 바깥쪽 지평선과 안쪽 코시 지평선. 바깥쪽 지평선을 넘으면 무조건 안쪽으로 끌려가요. 근데 코시 지평선을 넘으면 그 안쪽 공간은 바깥과 비슷한 성질을 회복한대요. 빛이 안팎으로 다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론적으로는 고리 특이점의 가운데를 통과해서 다른 공간으로 나갈 수 있다는 해석도 있어요.

다만 이건 수학적인 해석일 뿐이에요. 실제로 코시 지평선 부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잘 모르고, 코시 지평선 자체가 불안정해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핵심 문제다

여기까지 찾아보면서 제일 걸리는 건 이거였어요. 특이점이 있든 없든, 양자 바운스가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확인할 방법이 지금은 없다는 거예요. 특이점은 사건의 지평선 안에 있으니까 바깥에서 관측이 안 돼요. 안에서 나오는 정보가 없어요. 그래서 이론으로만 다룰 수밖에 없는 거예요.

호킹 복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긴 해요. 블랙홀이 증발하면서 내보내는 복사에 내부 정보가 실려 있을 수 있다는 건데, 이것도 아직 이론 단계예요.

이론의 한계를 보여주는 표지판

정리하면 이래요. 일반 상대성 이론대로라면 특이점은 반드시 존재해요. 근데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특이점이 실제로 있다기보다 이론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지점을 가리킨다고 봐요. 양자중력 이론 후보들은 특이점 대신 양자 바운스 같은 걸 예측하고 있고요. 다만 양자중력 이론 자체가 아직 완성이 안 됐으니까 확정은 아니에요.

저는 특이점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게 됐어요. 여기서부터는 현재 물리학이 모른다는 표지판. 블랙홀 중심에 무한대가 있다는 게 아니라, 블랙홀 중심에서 우리 이론이 한계에 부딪힌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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