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특이점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 거리, 숫자로 비교해봤다

특이점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가 블랙홀의 크기다

블랙홀 글을 몇 편 쓰면서 계속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특이점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 블랙홀의 크기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정작 이게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제대로 안 다뤘더라고요. 블랙홀 크기에 따라 조석력도 달라지고 시간지연도 달라진다고 썼으면서 정작 그 크기 자체는 넘어갔으니까요. 이번에 좀 정리해봤어요.


질량에 비례해서 커진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블랙홀의 질량에 정비례해요. 질량이 2배면 반지름도 2배. 단순해요. 1916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풀어서 유도한 건데,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을 기준으로 한 계산이에요.

태양 질량의 블랙홀이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 약 3km예요. 태양 질량의 10배면 30km. 태양 질량의 1억 배면 약 3억 km. 이게 특이점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예요.

숫자를 좀 비교해보면 감이 와요.

블랙홀 질량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비교 대상
태양의 1배 약 3km 서울 여의도 길이 정도
태양의 10배 약 30km 서울시 지름 정도
태양의 430만 배 (궁수자리 A*) 약 1,270만 km 태양 지름의 약 9배
태양의 65억 배 (M87) 약 195억 km 태양~명왕성 거리의 3배 이상
태양의 660억 배 (TON 618) 약 1,980억 km 태양계 11개 들어가는 크기

저는 태양 질량짜리 블랙홀이 반지름 3km밖에 안 된다는 게 좀 의외였어요. 태양 자체는 반지름이 70만 km인데, 그 질량을 블랙홀로 압축하면 3km가 되는 거예요. 반대로 초대질량 블랙홀은 태양계보다 큰 것도 있고요.

클수록 밀도가 낮아진다

여기서 좀 이상한 게 나와요. 질량은 특이점에 몰려 있으니까 진짜 밀도는 무한대예요. 근데 사건의 지평선 안쪽 부피를 기준으로 평균 밀도를 계산하면 블랙홀이 클수록 밀도가 낮아져요.

반지름은 질량에 비례하는데, 부피는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하잖아요. 그러니까 질량이 2배 되면 반지름은 2배, 부피는 8배가 돼요. 밀도는 질량 나누기 부피니까 오히려 줄어드는 거예요. 실제로 태양의 1억 배짜리 초대질량 블랙홀의 평균 밀도는 물보다 낮다고 해요. 블랙홀인데 물보다 가볍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평균 밀도 기준으로는 그래요.

이전 글에서 초대질량 블랙홀 근처에서 조석력이 약하다고 했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사건의 지평선이 넓으니까 중력의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거예요.

회전하면 달라진다

위에서 말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 기준이에요. 근데 실제 블랙홀은 대부분 회전해요. 회전하는 블랙홀은 커 블랙홀이라고 부르는데, 뉴질랜드의 수학자 로이 커가 1963년에 해를 구했어요.

회전하는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작아져요. 회전이 빠를수록 더 작아지고요. 그리고 사건의 지평선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 돼요. 바깥쪽 사건의 지평선과 안쪽 코시 지평선. 바깥쪽은 우리가 아는 그 경계예요. 안쪽 지평선 너머에서는 시공간의 성질이 또 달라진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제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인터스텔라의 가르강튀아가 커 블랙홀이에요. 거의 광속에 가깝게 회전하는 설정이라 사건의 지평선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작아요. 킵 손이 이 블랙홀의 시간지연을 계산할 때 회전 효과를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에요.

또 하나, 회전하는 블랙홀의 특이점은 점이 아니라 고리 모양이래요. 회전 평면 위에 고리처럼 생긴 특이점이 있다는 건데, 부피는 여전히 0이에요. 고리인데 부피가 없다는 게 직관적으로 안 와닿지만, 수학적으로는 그렇다고 해요.

안에서는 거리라는 개념이 달라진다

한 가지 더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게 있어요. 특이점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 거리라고 했는데,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거리라는 개념 자체가 바깥과 다르대요.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면 시간과 공간의 성질이 뒤바뀌어요. 바깥에서는 앞으로 가느냐 뒤로 가느냐를 선택할 수 있잖아요. 공간은 자유롭고 시간만 앞으로 가는 거예요. 근데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반대가 돼요. 공간이 시간처럼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거예요. 무조건 특이점 방향으로. 뒤로 가는 게 불가능해요. 역추진을 해서 늦출 수는 있지만 방향을 바꿀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3km라고 해서 블랙홀 안에 3km짜리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안에서의 3km는 바깥에서의 3km와 전혀 다른 의미예요. 시공간이 극단적으로 왜곡돼 있어서 우리가 아는 거리 개념이 적용이 안 되는 거예요.

들어가면 얼마나 버틸 수 있나

이전 글에서 초대질량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도 한동안 멀쩡할 수 있다고 썼었는데, 그럼 실제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태양 질량의 1억 배짜리 블랙홀 기준으로 사건의 지평선에서 특이점까지 자유낙하하면 수 분에서 수십 분 정도 걸린다는 계산이 있어요. 물론 그동안 조석력이 점점 세지니까 특이점에 다가갈수록 결국은 찢기게 돼요.

태양 질량 정도의 작은 블랙홀이면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순간 이미 끝이에요. 반지름이 3km밖에 안 되니까 남은 거리 자체가 짧고 조석력도 극단적이거든요.

결국 질량이 전부를 결정한다

특이점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는 블랙홀 질량에 비례해요. 태양 질량의 1배면 3km, 1억 배면 3억 km. 이 거리가 블랙홀의 조석력, 평균 밀도, 시간지연 정도를 전부 결정해요. 이전 글들에서 블랙홀 크기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고 했는데, 그 크기라는 게 바로 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에요.

다만 이 거리는 바깥에서 측정한 수치예요. 안에서는 시공간이 뒤바뀌어서 거리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져요. 3km든 3억 km든 한번 넘으면 특이점으로 가는 건 시간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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