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보통 무거운 별이 죽어서 생긴다. 그런데 별이 태어나기도 전, 빅뱅 직후에 이미 생긴 블랙홀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걸 원시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블랙홀인 셈이다.
게다가 이게 우주 최대 수수께끼인 암흑물질의 정체일 수도 있다고 한다. 무슨 얘기인지 하나씩 쉽게 풀어봤다.
별 없이도 원시 블랙홀이 생긴다
보통 블랙홀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죽으며 폭삭 주저앉을 때 생긴다. 그래서 블랙홀은 늘 별의 죽음 뒤에 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원시 블랙홀은 별과 아무 상관이 없다. 별이라는 단계를 아예 건너뛴다.
빅뱅 직후의 우주는 상상도 못 하게 뜨겁고 빽빽했다. 그 안에 유난히 더 빽빽한 얼룩 같은 자리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죽을 끓일 때 유난히 걸쭉한 덩어리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자리가 제 무게를 못 이기고 스스로 무너지면 블랙홀이 된다.
우주가 태어난 지 1초도 안 된 순간에 벌써 생겼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우주 탄생 순간의 화석인 셈이다.
찾아보니 이 자리 하나하나가 초기 우주가 얼마나 울퉁불퉁했는지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원시 블랙홀은 크기에 제한이 없다
별에서 생기는 블랙홀은 최소 크기가 정해져 있다. 어느 정도 무거운 별이라야 블랙홀이 되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엔 블랙홀에 최소 크기가 없다는 게 잘 안 믿겼다. 알고 보니 원시 블랙홀은 사정이 아주 달랐다.
원시 블랙홀은 이런 하한이 없다. 초기 우주의 얼룩이 얼마나 빽빽했느냐에 따라 크기가 정해진다.
소행성만 한 것부터 태양 수천 배까지, 이론상 아주 넓은 범위로 생길 수 있다. 얼룩이 얼마나 빽빽했느냐가 곧 크기를 정했다.
특히 흥미로운 건 아주 가벼운 원시 블랙홀이다. 산 하나를 원자보다 작은 크기로 욱여넣은 초미니 블랙홀도 가능하다.
이런 초소형 블랙홀은 별의 죽음으로는 절대 못 만든다. 그래서 이런 게 발견되면 그 자체로 원시 블랙홀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원시 블랙홀이 왜 암흑물질 후보인가
우주에는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약 5배 많은 정체불명의 질량이 있다. 이걸 암흑물질이라고 부른다.
중력은 분명히 작용하는데 빛을 내지도 삼키지도 않아서 안 보인다. 깜깜한 밤에 검은 옷 입은 사람이 안 보여도 부딪히면 있는 걸 아는 것과 비슷하다.
은하가 흩어지지 않고 도는 것도, 은하단이 뭉쳐 있는 것도 이 보이지 않는 질량 덕이다. 우주가 이 보이지 않는 손에 붙들려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정체를 아직 못 찾은 새로운 알갱이라고 봤다. 그런데 원시 블랙홀이라면 새 알갱이가 없어도 설명이 된다.
이미 아는 블랙홀로 우주의 빈칸을 채운다는 발상이라, 나는 이 대목이 참 신기하게 와닿았다.
원시 블랙홀은 소행성 질량 창만 남았다
원시 블랙홀이 암흑물질 전부일 수 있는 크기는, 지금은 딱 하나의 좁은 범위만 남았다. 소행성만 한 무게다.
그보다 무겁거나 가벼운 원시 블랙홀은 대부분 후보에서 탈락했다. 관측 결과와 안 맞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넓던 후보가 거의 다 걸러졌다는 걸 알고 나는 좀 놀랐다.
너무 가벼우면 진작 증발해서 사라졌어야 한다. 이 증발 이야기는 블랙홀 증발을 다룬 글에 풀어놨다.
너무 무거우면 별빛을 휘거나 은하를 흔들어서 이미 들켰을 것이다. 그런 흔적이 안 보이니 그 크기도 빠진다.
그래서 넓게 열려 있던 문이, 지금은 소행성 질량이라는 좁은 문 하나만 남은 셈이다.
작은 원시 블랙홀을 어떻게 찾을까
2024년 무렵부터, 원시 블랙홀이 무언가를 스칠 때 남기는 흔적을 찾자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소행성만 한 무게라도 크기는 원자보다 작다. 이런 게 행성이나 위성을 지나가면 보통 운석과는 다른 자국을 남긴다고 한다.
총알이 사과를 관통하고 지나간 자리처럼, 지나간 길목에 티가 난다는 얘기다.
별이나 죽은 별 속을 지날 때 생기는 신호를 노리는 연구도 있다.
찾아보니 아직 확실히 잡아낸 사례는 없었다. 그래도 그물을 점점 촘촘히 치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블랙홀이 우리 곁을 조용히 지나가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좀 묘했다.
보이지 않는 우주의 대부분이 실은 아주 작은 블랙홀 무리일 수도 있다는 상상이, 나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다음에 밤하늘을 보면 그 사이사이 빈 공간이 좀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그 어둠이 실은 텅 빈 게 아닐지도 모른다.
자주 묻는 질문
Q1. 원시 블랙홀이 뭔가
A. 별의 죽음이 아니라, 빅뱅 직후 유난히 빽빽했던 자리가 스스로 무너져 생겼을지 모를 블랙홀이다.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블랙홀인 셈이다.
Q2. 원시 블랙홀은 얼마나 큰가
A. 크기 제한이 없다. 소행성만 한 초미니부터 태양 수천 배까지 이론상 아주 넓은 범위로 생길 수 있다.
Q3. 왜 암흑물질 후보라고 하나
A. 암흑물질은 눈에 안 보이는 우주의 질량인데, 새 알갱이 없이도 원시 블랙홀로 그 빈칸을 채울 수 있어서다.
Q4. 지금도 원시 블랙홀이 후보로 남아 있나
A. 대부분 크기는 관측으로 탈락했고, 소행성만 한 무게 범위만 아직 후보로 살아남아 있다.
Q5. 원시 블랙홀은 어떻게 찾나
A. 행성이나 별을 스칠 때 남기는 이상한 흔적을 뒤진다. 보통 운석 자국과 다른 자취를 단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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