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 빠지면 진짜 스파게티가 되는지 찾아봤더니

인터스텔라 다시 보다가 찾아본 것

인터스텔라를 다시 봤어요. 예전에 극장에서 한 번 보고 넘겼는데 이번에 TV에서 하길래 또 봤거든요. 블랙홀 안으로 주인공이 들어가는 장면에서 좀 걸리는 게 있었어요. 블랙홀에 빠지면 몸이 스파게티처럼 늘어난다는 얘길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멀쩡하게 들어가더라고요. 그게 맞나 싶어서 퇴근하고 좀 찾아봤어요.


스파게티화라는 게 정식 용어였다

농담 같은 이름인데 정식 물리학 용어예요. 영어로 spaghettification. 국수 효과라고도 부른대요. 스티븐 호킹이 시간의 역사에서 이 개념을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하더라고요.

원리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어요. 블랙홀은 중력이 극단적으로 세잖아요. 근데 핵심은 중력의 세기 자체가 아니라 위치에 따른 중력 차이예요. 사람이 블랙홀 쪽으로 떨어지면 발이 머리보다 블랙홀에 더 가까우니까 발은 더 세게 당기고 머리는 덜 당겨요. 이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 몸이 위아래로 쭉 잡아늘여지는 거예요. 양옆에서는 동시에 압축이 되고요.

이 힘을 조석력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달이 바닷물을 당겨서 밀물 썰물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블랙홀은 그 규모가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수준이라 물이 아니라 원자 결합까지 뜯어놓을 수 있다는 거예요.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관측된 적이 있다

저는 그냥 이론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2020년에 유럽남방천문대 연구팀이 별이 블랙홀에 의해 찢겨 나가는 과정을 직접 관측했어요. 지구에서 2억 1500만 광년 떨어진 에리다누스자리에서 잡힌 건데, 태양 정도 되는 별 하나가 초대질량 블랙홀 곁을 지나가다가 질량의 절반 가까이를 뜯기면서 부서지고 있었대요.

전문 용어로는 조석파괴 현상이라고 해요. 별이 면발처럼 늘어나면서 빨려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강렬한 빛이 나오거든요. 연구팀은 별이 파괴되면서 내뿜은 그 마지막 빛을 잡아낸 거예요.

2024년에는 호주 모내시대학교에서 슈퍼컴퓨터로 스파게티화 전체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어요. 계산에만 1년이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좀 의외였던 게, 블랙홀이 실제로 삼키는 물질은 전체의 1% 정도뿐이고 나머지 99%는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대요. 전부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블랙홀이 크면 오히려 덜 찢긴다

찾아보면서 제일 의외였던 부분이에요. 블랙홀이 작을수록 스파게티화가 심하고, 블랙홀이 클수록 덜하다는 거예요.

좀 들여다보니까 이유가 있었어요. 블랙홀이 크면 사건의 지평선에서 중심까지 거리가 길어져요. 사건의 지평선이란 건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선인데, 이 경계에서 중심까지 거리가 길면 경계 부근에서의 중력 변화가 완만해지거든요. 반대로 작은 블랙홀은 그 거리가 짧으니까 좁은 범위에서 중력이 급격하게 바뀌고, 스파게티화가 더 세게 일어나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보면 이래요. 태양 질량의 수십 배 되는 항성질량 블랙홀이면 사람은 사건의 지평선에 닿기도 전에 조석력으로 죽어요. 근데 태양 질량의 수억 배 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도 한동안은 멀쩡할 수 있대요.

블랙홀 유형 질량 스파게티화 시점
항성질량 블랙홀 태양의 수십 배 사건의 지평선 도달 전에 이미 파괴
초대질량 블랙홀 태양의 수백만~수억 배 사건의 지평선 통과 후에도 일정 시간 생존 가능

인터스텔라가 틀린 게 아니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까 영화가 이해됐어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가르강튀아는 태양 질량의 1억 배짜리 초대질량 블랙홀이에요. 노벨물리학상 받은 킵 손이라는 물리학자가 직접 자문한 설정이거든요. 이 정도 크기면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 조석력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아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도 바로 찢기진 않는다는 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래요.

안에 들어가서 5차원 공간이 펼쳐지는 건 검증 안 된 영역이니까 그건 넘어가더라도, 스파게티화 없이 블랙홀에 진입한다는 설정 자체는 근거가 있었던 거예요. 저는 그냥 영화적 상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면발보다 더 심한 게 실제 결과다

한 가지 더 알게 된 게 있어요. 스파게티화라는 이름이 오히려 순한 표현이라는 거예요. 면발처럼 늘어나는 게 끝이 아니라 원자와 원자 사이 결합이 깨지고, 더 나아가면 원자 내부의 쿼크 사이 결합까지 무너진대요. 쿼크는 양성자나 중성자를 이루는 더 작은 입자인데, 그 수준까지 분해된다면 사실상 존재 자체가 해체되는 거예요.

스파게티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어요.

결국 블랙홀 크기 문제였다

블랙홀에 빠지면 스파게티가 된다는 건 맞아요. 이론도 있고, 관측도 됐고,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나왔어요. 다만 어떤 블랙홀이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작은 블랙홀이면 접근하기도 전에 끝이고, 아주 큰 블랙홀이면 안에 들어가서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어요.

블랙홀이면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크기에 따라 겪는 게 완전히 달라요. 어차피 가볼 일은 없겠지만, 만약 떨어져야 한다면 큰 쪽이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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