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은 어디 있을까
블랙홀이라고 하면 아득히 먼 우주 저편의 이야기 같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 은하 안에도 블랙홀이 수없이 많고, 개중엔 생각보다 가까운 것도 있어요. 그럼 가장 가까운 블랙홀은 어디 있고, 그렇게 가까운데 우리는 왜 못 느끼는지 따라가봤어요.
우리 은하에만 블랙홀이 1억 개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안에만 항성질량 블랙홀이 약 1억 개쯤 있을 거라고 봐요. 무거운 별이 일생을 마치고 무너지면 블랙홀이 되는데, 은하에는 그런 별이 수없이 많았으니까요. 문제는 이것들이 대부분 조용하다는 거예요.
블랙홀은 스스로 빛을 안 내요. 곁에 있는 별의 가스를 빨아들일 때만 강착원반이 달궈지며 X선을 내서 존재를 들켜요. 근데 주변에 먹을 게 없이 홀로 떠도는 블랙홀은 아무 신호도 안 내요. 그래서 1억 개나 있어도 실제로 확인된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보이지 않는 짝을 어떻게 찾을까
그럼 빛도 안 내는 조용한 블랙홀을 어떻게 찾을까요. 열쇠는 짝별의 움직임이에요. 블랙홀과 별이 서로 도는 쌍성이라면, 별은 눈에 보이잖아요. 그 별이 텅 빈 것처럼 보이는 한 점을 중심으로 규칙적으로 흔들리며 돈다면, 거기 보이지 않는 무거운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에요.
이건 은하 중심 블랙홀을 별의 궤도로 알아낸 방법과 똑같은 원리예요. 유럽우주국의 가이아 위성은 하늘의 별 수십억 개의 위치를 극도로 정밀하게 재는데, 이 미세한 흔들림을 잡아내 숨은 블랙홀을 찾아내요. 별의 춤을 보고 파트너의 정체를 알아내는 셈이에요.
가이아는 어떻게 이런 걸 잴까
가이아의 무기는 상상 이상의 정밀도예요. 달 위에 놓인 동전 크기를 지구에서 구분할 만큼 정확하게 별의 위치를 재요. 이 정도라야 멀리 있는 별이 보이지 않는 짝 때문에 아주 조금 흔들리는 것까지 잡아낼 수 있거든요.
가이아는 같은 별을 몇 년에 걸쳐 반복해서 관측해요. 그러면 별이 하늘에서 그리는 미세한 궤적이 드러나요. 그 궤적을 역산하면 눈에 안 보이는 짝의 질량이 나오고, 그게 별이 될 수 없을 만큼 무거우면서 빛도 안 낸다면 블랙홀로 지목되는 거예요.
현재 1위, 가이아 BH1
이 방법으로 2022년에 발견된 게 가이아 BH1이에요. 지구에서 약 1,560광년 떨어져 있고, 태양 질량의 약 10배짜리 블랙홀이에요.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에요.
1,560광년이면 우주적 규모에선 바로 이웃이에요. 태양과 비슷한 평범한 별이 이 블랙홀을 짝으로 두고 함께 도는데, 별은 멀쩡히 빛나고 블랙홀은 조용해서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거예요. 이전에도 더 가까운 후보가 발표된 적 있지만 나중에 블랙홀이 아닌 걸로 밝혀졌고, 가이아 BH1은 탄탄하게 확인됐어요.
직접 본 건 아니라는 점
한 가지 짚어둘 게 있어요. 가이아 BH1도 블랙홀을 직접 촬영한 건 아니에요. 짝별의 움직임으로부터 눈에 안 보이는 무거운 천체가 있다고 추론한 거예요. 다만 그 질량이 태양의 열 배쯤인데 빛을 전혀 안 낸다면, 그렇게 무겁고 어두운 것은 블랙홀 말고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과거에 더 가까운 후보가 취소됐던 것도 이 추론 단계에서 다른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짝별의 궤도를 여러 방법으로 교차 확인해요. 가이아 BH1은 그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믿을 만한 1위로 인정받는 거예요.
가까워도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가까운 블랙홀이 있다니 위험한 거 아니냐 싶지만 전혀요. 블랙홀은 우주의 진공청소기가 아니에요. 멀리 있는 물체에게는 그냥 질량이 같은 평범한 중력원일 뿐이에요.
자주 드는 비유가 있어요. 태양이 갑자기 같은 질량의 블랙홀로 바뀌어도 지구의 공전 궤도는 그대로예요. 질량이 같으면 멀리서 느끼는 중력도 같으니까요. 1,560광년 밖 블랙홀은 우리한테 밤하늘의 다른 별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보이지 않는 이웃일 뿐이에요.
앞으로 더 가까운 게 나올 수도 있어요
가이아 BH1이 지금은 1위지만, 이 기록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은하에 블랙홀이 1억 개나 있고 대부분이 조용해서 아직 안 보일 뿐이니까요. 가이아가 별들의 위치를 계속 정밀하게 재고 중력파 관측이 쌓이면, 숨어 있던 이웃 블랙홀들이 하나둘 드러날 거예요.
실제로 가이아는 BH1에 이어 조금 더 먼 곳에서 BH2, BH3 같은 조용한 블랙홀을 잇달아 찾아냈어요. 관측 기술이 좋아질수록 더 가깝고 더 조용한 블랙홀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요.
블랙홀이 지구로 다가올 일은 없을까
가까운 블랙홀이 언젠가 지구 쪽으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별과 블랙홀 사이의 거리는 상상 이상으로 넓어요. 가장 가까운 블랙홀도 1,560광년 밖인데, 별들이 은하 안에서 움직이는 속도를 감안하면 서로 가까워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설령 어떤 별이나 블랙홀이 우리 쪽으로 이동한다 해도, 그 사이의 텅 빈 공간이 워낙 넓어서 지구에 영향을 줄 만큼 접근할 확률은 사실상 0에 가까워요. 밤하늘의 별들이 제자리를 지키는 것처럼, 이웃 블랙홀도 아득한 거리에서 조용히 자기 궤도를 돌 뿐이에요.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은 은하 중심에
참고로 지금 얘기한 건 별에서 생긴 작은 블랙홀이에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은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로, 약 2만 7천 광년 떨어져 있어요. 태양의 430만 배지만 거리가 워낙 멀어 역시 아무 위협이 안 돼요.
그러니 가까운 블랙홀이라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우주적 잣대예요. 지구의 일상과는 아무 상관 없는, 그저 관측과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에요. 위험이 아니라 발견의 즐거움을 주는 이웃인 거죠.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존재
블랙홀이 먼 우주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은하 곳곳에, 그것도 조용히 숨어 있다는 게 저는 흥미로웠어요.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라, 그저 우리가 아직 못 찾았을 뿐이라는 거죠.
가장 가까운 블랙홀 기록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는 것도 이 분야의 재미예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모르는 더 가까운 블랙홀이 조용히 밤하늘 어딘가를 돌고 있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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