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찍은 블랙홀 사진, M87은 어떻게 촬영했을까

2019년, 인류가 처음으로 블랙홀을 사진에 담았다

블랙홀은 빛도 못 빠져나오는 천체라 원래 사진으로 찍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어요. 그런데 2019년 4월, 과학자들이 정말로 블랙홀 한 장을 공개했어요. 5500만 광년 밖 M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이요. 대체 보이지도 않는 걸 어떻게 찍었는지, 그리고 그 흐릿한 도넛 한 장이 왜 그렇게 큰 사건이었는지 하나씩 따라가봤어요.

5500만 광년 밖, 태양 65억 배짜리 괴물

사진의 주인공은 처녀자리 방향 M87 은하의 한가운데 있는 블랙홀이에요. 질량이 태양의 약 65억 배.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인 궁수자리 A*(태양 430만 배)보다 천 배 넘게 무거워요. 지구에서는 55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데, 그렇게 멀리 있는 걸 찍었다는 게 먼저 놀라웠어요.

물론 블랙홀 자체가 찍힌 건 아니에요. 사진 속 밝은 고리는 블랙홀을 둘러싼 뜨거운 물질과 그 주변에서 휘어진 빛이고, 가운데 어둡게 파인 부분이 블랙홀의 그림자예요. 이 그림자의 지름만 약 400억 km에 달해요. 그런데도 워낙 멀어서, 지구에서 보면 달 위에 놓인 오렌지 하나를 알아보는 정도의 정밀도가 필요했어요.

지구만 한 망원경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만큼 작고 먼 대상을 찍으려면 지구만 한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해요. 당연히 그런 망원경은 못 만들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망원경 여덟 곳을 동시에 같은 블랙홀에 겨눴어요. 하와이, 칠레, 스페인, 멕시코, 남극 등에 있는 망원경들을 하나로 묶은 거예요.

이걸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이라고 불러요. 여러 망원경이 받은 신호를 정밀한 원자시계로 시각을 맞춰 합치면, 망원경 사이 거리만큼 큰 하나의 가상 망원경처럼 작동해요. 이 기법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라고 해요. 지구 지름만 한 렌즈를 흉내 낸 셈이라, 이론상 도로 위 신문 글씨도 읽을 만큼의 해상도가 나와요.

사진 한 장에 데이터가 5페타바이트

여덟 곳에서 모은 데이터 양이 어마어마했어요. 약 5페타바이트, 하드디스크로 수천 개 분량이에요. 인터넷으로 보내기엔 너무 커서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비행기에 실어 한곳으로 모았어요. 남극 관측소 데이터는 겨울이 끝나 비행기가 뜰 때까지 반년을 기다려야 했고요.

모은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맞춰 한 장의 영상으로 만드는 데 약 2년이 걸렸어요. 특정 결과가 나오도록 짜맞췄다는 의심을 피하려고, 서로 다른 네 팀이 상대 결과를 모른 채 각자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런데도 모두 같은 고리 모양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게 착각이나 오류가 아니라는 확신을 얻은 거예요.

고리 아래쪽이 더 밝은 데는 이유가 있다

사진을 보면 고리가 균일하지 않고 아래쪽이 더 밝아요. 이건 노이즈가 아니라 물리 현상이에요. 블랙홀 주변 물질은 광속에 가깝게 도는데, 그중 우리 쪽으로 다가오며 도는 부분의 빛이 상대성 이론에 따라 더 밝고 강하게 보여요. 이걸 도플러 부스팅이라고 해요.

즉 사진의 밝기 차이만 봐도 이 물질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도는지를 읽어낼 수 있어요. 2021년에는 EHT가 같은 블랙홀의 편광까지 분석해서 고리 주변 자기장의 구조를 그려냈어요. M87 블랙홀이 약 5천 광년 길이의 거대한 제트를 뿜어내는 원리를 푸는 단서가 된 관측이에요.

왜 가까운 궁수자리 A*보다 M87을 먼저 찍었나

의아한 점이 있었어요.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이 훨씬 가까운데, 왜 5500만 광년이나 떨어진 M87을 먼저 찍었을까요. 이유는 크기와 속도예요. M87 블랙홀은 워낙 거대해서 주변 물질이 한 바퀴 도는 데 며칠씩 걸려요. 그만큼 모습이 안정적이라 며칠에 걸쳐 촬영해도 흐트러지지 않아요.

반면 궁수자리 A*는 훨씬 작아서 물질이 몇 분 만에 한 바퀴 돌아요. 촬영하는 동안에도 모습이 계속 출렁여서 또렷한 한 장을 얻기가 더 까다로웠어요. 마치 가만히 있는 사람과 방방 뛰는 아이를 찍는 차이예요. 결국 궁수자리 A*의 사진은 3년 뒤인 2022년에야 공개됐어요.

왜 하필 2019년에야 가능했을까

블랙홀은 100년 전부터 이론으로 예측됐는데, 사진은 왜 2019년에야 나왔을까요. 기술이 이제야 따라잡았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 망원경을 하나로 묶으려면 각 관측소의 시각을 10억분의 1초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데, 그만큼 정밀한 원자시계가 필요했어요.

또 여덟 곳에서 쏟아진 방대한 데이터를 맞춰 하나의 영상으로 복원하는 알고리즘도 최근에야 무르익었어요. 정밀 시계, 초고속 저장장치, 영상 복원 기술이 다 갖춰진 201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블랙홀 촬영이 현실이 된 거예요.

M87 제트는 100년 넘은 수수께끼예요

사실 M87은 블랙홀 사진 이전부터 유명한 은하였어요. 1918년에 이미 은하 중심에서 약 5천 광년이나 뻗어나가는 밝은 빛줄기가 관측됐거든요. 당시엔 정체를 몰랐지만, 지금은 이게 초대질량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라는 걸 알아요.

블랙홀 주변의 강한 자기장과 회전이 물질 일부를 광속에 가깝게 밀어내 만든 게 이 제트예요. 2019년 사진과 2021년 편광 관측은, 100년 넘게 정체를 몰랐던 이 제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푸는 실마리가 됐어요.

다음 목표는 움직이는 블랙홀 영상

과학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더 많은 망원경을 추가하고 우주에도 망원경을 띄워, 지금보다 훨씬 선명한 블랙홀 영상을 만들려는 계획이 진행 중이에요. 언젠가는 블랙홀 주변의 광자고리까지 또렷하게 담는 게 목표예요.

정지 사진을 넘어 블랙홀 주변 물질이 도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으려는 시도도 있어요. 첫 사진이 분기점이었다면, 앞으로는 블랙홀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몰라요.

이 사진이 증명한 것

첫 블랙홀 사진은 단순한 기념사진이 아니에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블랙홀 그림자의 크기와 모양이 실제 관측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거든요. 100년 전 방정식이 5500만 광년 밖에서도 통한다는 걸 확인한 거예요.

상상도나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블랙홀을 눈으로 봤다는 것. 저는 이 사진이 블랙홀 연구에서 하나의 분기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프로젝트를 이끈 셰퍼드 도엘레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봤다고 표현했는데, 이제 우리는 블랙홀을 계산으로만이 아니라 사진으로도 마주할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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