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잃어버린 고리, 중간질량 블랙홀을 찾아서
블랙홀은 크게 두 종류로 알려져 있어요. 별이 죽어서 생긴 태양 수십 배짜리 항성질량 블랙홀과, 은하 중심에 있는 태양 수백만에서 수십억 배짜리 초대질량 블랙홀이요. 그런데 딱 그 사이, 중간 크기 블랙홀은 이상하게 잘 안 보여요. 왜 이 중간 고리가 비어 있는지 따라가봤어요.
두 블랙홀 사이의 텅 빈 구간
별이 무너져 생기는 블랙홀은 보통 태양의 수 배에서 수십 배 정도예요. 반면 우리 은하 중심 궁수자리 A* 같은 초대질량 블랙홀은 태양의 430만 배, 어떤 건 수십억 배까지 가요. 이 둘 사이엔 어마어마한 간격이 있어요.
그 사이, 그러니까 태양의 약 100배에서 10만 배 사이에 있는 블랙홀을 중간질량 블랙홀이라고 불러요.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오랫동안 확실한 관측 증거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생물의 진화에서 빠진 화석에 빗대어 잃어버린 고리라고 불러요.
왜 초대질량 블랙홀의 씨앗으로 중요할까
중간질량 블랙홀이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초기 우주에 어떻게 그렇게 빨리 거대한 블랙홀이 생겼는지가 큰 우주론의 수수께끼인데, 중간질량 블랙홀이 그 씨앗이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작은 항성질량 블랙홀이 초대질량으로 자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그런데 처음부터 중간질량 블랙홀이 씨앗으로 있었다면, 거기에 물질이 쌓이고 서로 합쳐지면서 초대질량으로 빠르게 크는 게 설명돼요. 즉 중간질량 블랙홀은 거대 블랙홀의 유년기 모습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고리를 찾는 게 곧 초대질량 블랙홀의 족보를 밝히는 일이에요.
찾기가 유독 어려운 이유
그런데 이게 참 안 잡혀요. 이유가 있어요. 블랙홀은 그 자체로는 빛을 안 내고, 주변 물질이 빨려들 때 나오는 강착원반의 빛으로만 존재를 드러내요. 항성질량 블랙홀은 짝별의 가스를 빨아들이며 X선을 내고, 초대질량 블랙홀은 은하 중심에서 밝게 타올라요.
근데 중간질량 블랙홀은 대개 물질이 적은 곳에 조용히 있어서 빨아들일 게 별로 없어요. 그러니 빛도 거의 안 나요. 크기도 애매해서 관측 신호가 약하고, 있을 법한 장소도 특정하기 어려워요. 여러 조건이 겹쳐서 유독 찾기 까다로운 대상이에요.
구상성단과 왜소은하 중심을 뒤져요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있을 법한 장소를 콕 집어 뒤져요. 대표적인 곳이 별 수십만 개가 공처럼 빽빽하게 모인 구상성단의 중심이에요. 별이 이렇게 밀집한 곳에서는 별끼리 합쳐지며 중간질량 블랙홀이 자라기 좋거든요.
또 하나는 작은 왜소은하의 중심이에요. 큰 은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듯, 작은 은하 중심에는 그에 걸맞은 작은 블랙홀, 즉 중간질량 블랙홀이 있을 거라고 보는 거예요. 실제로 이런 곳들에서 별들이 눈에 안 보이는 무거운 중심을 도는 후보가 여럿 보고됐어요.
결정적 장면은 중력파에서 나왔어요
가장 확실한 증거는 2019년에 나왔어요. LIGO와 처녀자리 중력파 관측소가 태양 85배와 66배짜리 블랙홀이 충돌해 약 142배짜리 하나로 합쳐지는 사건을 포착했거든요. 그 결과물이 중간질량 영역에 발을 들인 최초의 직접 증거였어요.
이 사건은 그 자체로도 이론을 뒤흔들었어요. 충돌한 블랙홀 중 하나가 별의 죽음으로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질량 구간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건 애초에 더 작은 블랙홀들이 먼저 합쳐져 만들어진, 이른바 2세대 블랙홀일 수 있다고 봐요. 블랙홀이 병합을 거듭하며 몸집을 키우는 과정을 엿본 셈이에요.
제임스 웹도 힘을 보태고 있어요
최근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초기 우주의 작은 은하 중심에서 예상보다 무거운 블랙홀을 잇달아 찾아내고 있어요. 이 블랙홀들은 초대질량으로 자라기 직전의 중간 단계일 수 있어서, 잃어버린 고리를 시간의 앞쪽에서 포착하는 셈이에요.
중력파는 블랙홀들이 합쳐지는 순간을, 우주망원경은 그 씨앗이 자라는 초기 모습을 보여줘요. 서로 다른 방법이 같은 빈칸을 양쪽에서 메우고 있는 거예요. 그만큼 이 분야가 지금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이름값 하는 후보들도 있어요
구체적인 후보도 여럿 있어요. 대표적으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대 구상성단인 오메가 센타우리의 중심에서, 별들의 빠른 움직임으로 보아 중간질량 블랙홀이 숨어 있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와요. 별들이 눈에 안 보이는 무거운 중심을 도는 정황이거든요.
멀리 있는 은하 가장자리에서 유난히 밝은 X선을 내는 천체들도 후보예요. 너무 밝아서 작은 항성질량 블랙홀로는 설명이 안 되고, 그렇다고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도 아닌 애매한 밝기라, 중간질량 블랙홀이 그 정체로 지목되곤 해요.
블랙홀 성장 이론의 시험대예요
중간질량 블랙홀이 얼마나 흔한지는 블랙홀이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이론을 직접 시험하는 잣대가 돼요. 만약 이 크기의 블랙홀이 여기저기서 발견되면, 작은 블랙홀이 차근차근 자라 거대해진다는 그림이 힘을 얻어요.
반대로 이 구간이 정말 텅 비어 있다면, 초대질량 블랙홀은 처음부터 큰 씨앗에서 출발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요. 그래서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일은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우주가 거대 블랙홀을 만드는 방식을 가르는 문제예요.
빈칸이 채워지는 중이에요
중간질량 블랙홀은 아직 항성질량이나 초대질량만큼 흔하게 확인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중력파 관측이 쌓이고 관측 장비가 정밀해지면서, 비어 있던 중간 고리가 조금씩 채워지고 있어요.
저는 이 잃어버린 고리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어요. 블랙홀의 세계에도 아직 지도에 빈칸이 남아 있고, 그 빈칸을 메우는 과정이 곧 초대질량 블랙홀의 기원을 푸는 열쇠라는 게 흥미로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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