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의 블랙홀은 일부러 틀리게 그렸다

인터스텔라의 가르강튀아에는 "가장 정확한 블랙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물리학자가 계산에 직접 참여했고, 그 계산은 논문으로도 나왔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 논문을 읽어보면 뜻밖의 대목이 나온다. 화면에 쓴 그림은 계산 결과 그대로가 아니다. 세 군데를 일부러 사실과 다르게 바꿨다.

논문은 2015년 2월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에 실렸다. 시각효과 회사 더블 네거티브의 올리버 제임스, 외제니 폰 툰젤만, 폴 프랭클린이 물리학자 킵 손과 함께 썼다.

이들은 DNGR이라는 렌더러를 새로 만들었다. 휘어진 시공간을 지나는 빛의 경로를 풀어서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첫째, 회전을 늦췄다

영화에서 밀러 행성은 한 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한다. 대략 6만 배다.

이만한 시간 차이를 만들려면 블랙홀이 거의 한계까지 빠르게 돌아야 한다. 논문은 필요한 회전을 J ≳ (1−10−14)M2로 적었다.

이론상 가능한 최대치에서 소수점 열네 자리만큼만 모자란 값이다.

문제는 그렇게 빨리 도는 블랙홀을 그대로 그렸을 때다. 회전하는 블랙홀은 주변 시공간을 함께 끌고 돈다.

그러면 그림자의 한쪽 가장자리가 납작하게 잘리고, 그 옆으로 원반의 상이 여러 겹 겹쳐 보이고, 원반 전체가 중심에서 어긋나 보인다.

놀란 감독과 폴 프랭클린은 이게 관객에게 너무 혼란스러울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영화용 그림에서는 회전을 a/M = 0.6까지 낮췄다.

영화가 보여준 블랙홀과 영화의 줄거리가 요구하는 블랙홀이 서로 다른 블랙홀이라는 뜻이다.

둘째, 도플러 효과를 껐다

구급차가 다가올 때 사이렌이 높게 들리고 멀어질 때 낮게 들린다. 빛도 같은 일을 겪는다.

강착원반은 엄청난 속도로 도는 가스라,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절반은 밝고 푸르게, 멀어지는 절반은 어둡고 붉게 보인다.

이걸 제대로 계산해 넣으면 원반은 한쪽만 환하게 타오르고 반대쪽은 거의 사라진다.

논문은 그 결과를 두고 원반이 심하게 한쪽으로 쏠려 블랙홀의 그림자조차 알아보기 어렵다고 적었다.

그래서 색과 밝기 변화를 넣지 않은 이전 버전을 골랐다. 우리가 본 가르강튀아가 위아래로 고리를 두른 대칭적인 모습인 건 그 때문이다.

셋째, 원반은 계산이 아니라 그림이다

강착원반 자체도 천체물리 방정식으로 계산한 것이 아니다. 논문은 천체물리학자들이 만든 이미지를 참고한 화가의 구상이라고 분명히 적어뒀다.

원반을 얇게 만들고, 위치에 상관없이 4500K라는 하나의 온도로 식힌 다음 그 온도의 흑체가 내는 빛을 입혔다.

실제 원반이라면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가 크게 다르다.

그럼 진짜였던 것은

계산은 진짜였다. DNGR은 빛줄기를 하나씩 쫓는 대신 빛다발을 통째로 추적하는 방식을 썼고, 그 덕에 아이맥스 해상도에서도 화면이 깜빡이지 않았다. 더블 네거티브는 프레임 하나를 그리는 데 최대 100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블랙홀 렌즈 효과 연구는 거의 다 멀리서 바라보는 관측자를 가정해왔다. 카메라가 블랙홀 바로 옆에 있을 때 무엇이 보이는지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었다.

논문은 그 상황에서 커스틱 — 빛이 접히면서 별의 상이 생겼다 사라지는 경계 — 이 어떤 모양을 그리는지, 별 하나가 어떻게 여러 개로 보이는지를 정리했다.

영화를 만들려고 짠 코드가 연구 도구가 된 셈이다.

그러니 가장 정확한 블랙홀이라는 말은 반만 맞다. 계산은 정확했고, 화면은 조정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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